한국 핀테크는 어디로 움직이는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데스크톱PC 화면 너머로 돈을 보내고, 펀드에 가입하고, 보험금을 조회한다. 꼭 은행이 아니어도 돈을 빌릴 수 있다. 앱으로 자산을 관리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기존 금융산업의 흐름을 바꿨다. IT는 금융서비스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줬다.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금융 서비스, 간편결제·크라우드펀딩·P2P금융·로보어드바이저·인슈어테크 등이 등장했다.

이들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저마다 생각하는 핀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발표하는 행사가 있었다. 지난 11월20-21일까지 이틀에 걸쳐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금융의 진화, 핀테크 레볼루션을 주제로 한 ‘2018 핀테크 컨퍼런스’다. 이날 오간 다양한 얘기 중 발표자로 참석한 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와 정유신 핀테크 센터장이 밝힌 국내 핀테크 산업의 방향을 따로 모아 정리했다.

 

빅데이터로 맞춤형 서비스를, AI 알고리즘으로 다양한 상품을

“결제와 송금, 크라우드펀딩, 보험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대됐고, 공인인증서 없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도 등장했지요. 빅데이터는 이미 금융 산업을 바꾸고 있습니다.”

핀테크지원센터 정유신 센터장은 불과 4년 만에 금융 분야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2016년 1월 처음으로 등장한 크라우드펀딩은 2018년 4월 기준 업체 315곳으로 늘어났다. 카카오뱅크 등 모바일 전용 은행이 생겼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대출시스템이 등장했고,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대출할 수 있게 됐다. 정확한 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 고객의 건강, 활동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서비스도 등장했다.

| 핀테크지원센터 정유신 센터장

 

이들 새로운 금융 사업의 시장 규모도 커졌다. 2016년 기준 11조8천억원에 이르던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2017년 기준 40조원으로 3배 이상 급성장했다. 간편결제 제공하는 업체도 늘어났다. 삼성페이의 월 거래액은 1조원에 이르며, 누적 가입자는 2018년 3월 기준 1천만명에 이른다. 카카오페이 월 거래액은 더 많다. 2017년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 2천만명, 월 거래액은 1조1300억원에 이른다.

국내 P2P 금융 시장은 더 급격한 성장을 맞았다. 국내 P2P 금융 누적 대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1월 기준 5280억원에서 2018년 8월 기준 2조4950억원으로 늘었다. 크라우드펀딩은 벤처기업의 새로운 자금 조달창구 역할을 하며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기존 은행이 도맡았던 대출과 펀드 영역을 대신하는 추세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도 2014년 874억원에서 2018년 5081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을 그리고 있다. 정유신 센터장이 공개한 발표 내용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5천억원 정도의 소규모 시장이었지만 2025년에는 30조원 규모가 예상되는 성장잠재력을 갖췄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핀테크 영역은 블록체인이다. 수출대금채권 매입이나 신용장발행 거래내역 위변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이더리움 기반의 무역금융 블록체인이 시범 적용됐다. 예탁결제원은 증권결제 시스템의 하나인 채권장외결제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적용할 방법을 모색중이다. 교보생명은 블록체인 기반 보험금 자동지급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아직 카드 결제 금액의 2%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겁니다. 지금까지 핀테크는 IT 기기로 구현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로 생각했는데, 꼭 금융 서비스가 아니어도 됩니다. 금융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모두 핀테크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한 핀테크가 기대됩니다.”

 

기존 산업과 경쟁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야

“인터넷 뱅킹은 43조까지 올라왔고, 모바일 뱅킹은 4조원에 이릅니다. 모바일 뱅킹이 급격히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발표한 데일리금융그룹 신승현 대표도 국내 핀테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기존 금융 산업을 흔들 만큼 파격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핀테크 산업이 더 큰 성장을 그리기 위해선 신 대표는 기존 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2P를 예로 들어보면, 지금 금융기관이 하는 대출을 우리가 더 잘한다, 또는 신용평가를 더 잘한다 하는 경쟁구도에 있는 플레이어보다는 우리 P2P는 고객들이 잘 접하지 못했던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해주는, 상품을 공급해준다는 식으로 차별화 하는 서비스가 더 선호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역시 수익률 경쟁을 통해 고객들을 자산운용사에서 앗아오기보다는 현재 자산관리를 하고 있지 않은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업체가 더 가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신승현 대표는 자산운용과 투자자문 산업에서의 발전 가능성도 주목했다. 인구구조나 현재 산업 흐름을 보면, 투자나 운용 부분에서 자연적으로 성장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핀테크 플랫폼이 등장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장선에서 부동산도 핀테크 스타트업이 주목할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핀테크는 결국 돈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국내 비금융자산의 85%가 부동산이고, 사람들은 부동산 어떻게 할지, 보험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 뒤에 저축을 고민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돈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영역, 그렇지만 무척 모호한 게 부동산과 보험이지요. 이 부분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플레이어가 등장한다면 플랫폼의 최강자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자료출처 : 이지영 izziene@bloter.net